면허정지 벌금 헷갈리지 않고 확인하는 방법

학원에서 도로주행을 가르치다 보면 “면허정지 벌금은 얼마예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서로 다른 문제가 섞여 있습니다. 위반할 때 내는 범칙금이나 과태료, 운전을 못 하게 되는 면허정지, 정지기간에 운전했을 때 받는 형사처벌은 각각 따져야 합니다. 돈을 냈다고 벌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면허정지는 얼마를 내는 처분이 아닙니다
면허정지는 일정 기간 운전면허의 효력을 멈추는 행정처분입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8에 따르면 한 번의 위반·사고로 받은 벌점이나 처분벌점이 40점 이상이면 정지처분 대상이 됩니다. 정지기간은 원칙적으로 1점당 1일입니다. 처분벌점이 40점이라면 원칙상 40일인 셈이지, ‘면허정지 벌금 40만 원’처럼 금액으로 바꿔 읽는 규정이 아닙니다.
벌점은 위반이나 사고에 매기는 점수이고, 처분벌점은 앞으로 정지처분을 판단할 때 쓰는 점수입니다. 이미 집행된 정지처분에 사용한 벌점은 처분벌점 계산에서 빠집니다. 반면 누산점수는 별도로 관리됩니다. 그래서 과거에 면허정지를 한 번 받았다고 모든 기록이 새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별표는 벌점이나 누산점수가 1년간 121점 이상, 2년간 201점 이상, 3년간 271점 이상이면 면허취소 기준에 이른다고 정합니다. 처분벌점이 40점 미만인 사람이 마지막 위반일이나 사고일부터 1년 동안 위반·사고 없이 지나면 그 처분벌점은 소멸합니다. 이 규칙을 ‘과거 3년간의 누산점수까지 전부 지워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위반 비용은 범칙금과 과태료를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도로에서 승용차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해 운전자로 확인된 경우,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 8의 범칙금은 6만 원입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8의 벌점은 15점입니다. 현장에서 “6만 원 냈으니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벌점은 별도로 쌓입니다. 기존 처분벌점이 30점이었다면 신호위반 15점이 더해져 45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때는 범칙금과 별개로 면허정지 대상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무인단속처럼 운전자를 특정하지 못해 차량의 고용주 등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는 구조가 다릅니다. 일반도로 승용차 신호위반 과태료는 시행령 별표 6 기준 7만 원입니다. 통상 이 과태료만으로 특정 운전자에게 벌점이 부과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제 운전자가 확인돼 범칙금 통고처분으로 처리되면 벌점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고지서에 적힌 대상자와 처분 종류를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숫자들은 일반도로의 승용차 신호위반 예시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장소가 다르거나 차종·위반 내용이 달라지면 금액과 벌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고가 났다면 위반 자체의 벌점에 사고 결과에 따른 벌점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수강생에게 늘 강조하는 건 “돈이 얼마냐”보다 “누가 어떤 위반으로 처리됐느냐”를 먼저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정지기간에 운전하면 벌금형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벌금은 법원이 형사사건에서 선고하는 벌금입니다. 2026년 10월 13일 시행 도로교통법 제152조는 면허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300만 원을 내면 운전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 형량은 사건에 따라 판단되고, 정지 중 운전은 면허취소 사유도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지 통지를 받으면 시작일과 종료일을 날짜로 확인해야 합니다. 면허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지 마세요. 정지처분 대상자에게 임시운전증명서가 발급된 경우에는 증명서에 적힌 유효기간과 실제 정지처분 집행일이 중요합니다. 시행규칙 별표 28은 면허증을 반납한 정지처분 대상자에게 본인이 희망하는 기간을 참작해 40일 이내의 임시운전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발급 여부와 유효기간은 담당 경찰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음주운전도 자주 혼동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은 면허정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이 구간의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단순한 신호위반 범칙금과 같은 성격으로 보면 안 됩니다. 사고나 반복 위반이 있다면 처분도 달라질 수 있으니, 전날 마신 술이라도 운전 전 상태를 가볍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통지서를 받았다면 이 순서로 확인합니다
- 첫째, 고지서가 범칙금인지 과태료인지, 운전자가 특정됐는지 확인합니다. 금액만 비교하면 벌점 여부를 놓칩니다.
- 둘째, 경찰민원24에서 본인의 벌점과 면허 처분 상태를 확인합니다. 통지서의 위반일·벌점·처분 예정일과 맞지 않으면 담당 경찰서에 문의합니다.
- 셋째, 정지처분 대상이라면 담당 경찰서 안내에 따라 면허증 반납과 정지 시작일을 확인합니다. 운전 일정을 바꿔야 한다면 이 단계에서 바꿔야 합니다.
- 넷째, 교육 대상인지 확인합니다. 처분벌점이 40점 미만인 사람이 벌점감경교육을 마치고 교육확인증을 제출하면 처분벌점 20점을 감경받을 수 있습니다. 정지처분을 받게 되거나 받은 사람이 해당 법규준수교육을 마치면 정지기간 20일 감경 규정이 있습니다. 교육 과정과 적용 가능 여부는 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운전 통합민원과 담당 경찰서에서 확인합니다.
벌점감경교육은 이미 정지 대상이 된 뒤에 ‘40점을 없애는 교육’이 아닙니다. 교육을 예약했다고 곧바로 벌점이나 정지일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적용 대상, 교육 이수, 확인증 제출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실제 운전 가능일은 처분 통지 내용으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운전을 오래 한 분일수록 익숙한 길에서 신호를 늦게 보거나 통지서를 대충 넘기는 일이 있습니다. 면허정지 앞에서는 운전 경력이 방패가 되지 않습니다. 위반 비용, 벌점, 운전 가능 기간을 각각 확인하는 습관이 다음 위반과 더 큰 사고를 막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