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5조 지키려면 이렇게 운전해야 합니다

얼마 전 교육장에서 수강생 한 분이 “초록불이었는데 경찰관이 멈추라고 해서 헷갈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가 제일 먼저 떠올려야 할 조항이 도로교통법 5조입니다. 운전 실력 문제가 아닙니다. 신호와 지시의 우선순위를 모르면 멀쩡히 운전하다가도 위반이 됩니다.
도로교통법 5조의 이름은 ‘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입니다. 2026년 7월 1일 시행 법령 기준으로,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와 차마 또는 노면전차 운전자는 교통안전시설의 신호·지시를 따라야 하고,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이나 경찰보조자의 신호·지시도 따라야 합니다. 여기서 차마에는 자동차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 우마차 같은 도로 통행 수단도 넓게 걸립니다.
도로교통법 5조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
복잡하게 볼 필요 없습니다. 도로교통법 5조는 “도로에서는 표시된 신호와 현장 지시를 따라라”는 조항입니다. 신호등, 안전표지, 노면표시 같은 교통안전시설이 기본이고, 현장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 등의 수신호도 법적으로 따라야 할 지시입니다.
운전자가 자주 놓치는 부분은 ‘신호등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습관입니다. 사실 사고 현장, 공사 구간, 행사 통제 구간, 정전으로 신호기가 꺼진 교차로에서는 신호등보다 현장 지시가 더 중요해집니다. 도로교통법 5조 2항은 교통안전시설의 신호·지시와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지시가 서로 다를 때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지시에 따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는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 평상시에는 신호등, 안전표지, 노면표시를 따른다.
- 경찰공무원이나 경찰보조자가 교통정리를 하면 그 지시를 우선한다.
- 신호등과 수신호가 다르면 수신호를 따른다.
- 앞차가 간다고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내 차가 받는 신호와 지시를 따진다.
예를 들어 신호등은 녹색인데 경찰관이 정지 수신호를 하고 있다면 멈춰야 합니다. 반대로 신호등이 적색이어도 사고 처리 때문에 경찰관이 진행을 지시하면 그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맞습니다. 이때 괜히 “빨간불인데 가도 되나” 하며 교차로 한가운데서 멈추면 뒤차와 추돌 위험이 생깁니다. 지시를 확인했으면 천천히, 분명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신호·지시 위반 때 숫자로 보는 부담
도로교통법 5조를 어기면 단순한 예절 위반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상 신호 또는 지시에 따르지 않은 행위는 처벌과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 규정으로는 도로교통법 제156조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 운전자가 현장에서 단속되면 보통 범칙금과 벌점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호·지시 위반은 승합자동차 등 7만 원, 승용자동차 등 6만 원, 이륜자동차 등 4만 원 수준의 범칙금이 적용되고 벌점은 15점입니다. 벌점 15점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누적되면 면허정지로 갑니다. 40점 이상이면 1점당 1일 기준으로 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으니, 신호위반 세 번이면 이미 위험권입니다.
무인단속처럼 운전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차의 고용주 등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는 구조가 많습니다. 일반도로 신호·지시 위반 과태료는 승합자동차 등 8만 원, 승용자동차 등 7만 원, 이륜자동차 등 5만 원으로 보는 게 실무상 기준입니다. 범칙금보다 과태료가 1만 원 높은 이유는 벌점이 따라붙지 않는 대신 차량 소유자에게 금전 책임을 묻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은 더 무겁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숫자가 확 올라갑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도로교통법 5조 신호·지시 위반을 하면 과태료가 승합자동차 등 14만 원, 승용자동차 등 13만 원, 이륜자동차 등 9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범칙금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승용차 기준 12만 원에 벌점 30점 수준으로 부담이 큽니다.
근데 금액보다 더 무서운 건 사고입니다. 스쿨존에서는 아이가 차 사이에서 갑자기 나오는 경우가 많고, 운전자는 시야 확보가 늦습니다. 그래서 법도 강하게 잡습니다. “차가 없어서 갔다”는 말은 신호·지시 위반에서 변명이 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상황
첫째, 교차로 꼬리물기입니다. 녹색 신호라도 앞이 막혀 교차로 안에 멈출 게 뻔하면 들어가면 안 됩니다. 도로교통법 5조의 신호 문제와 별도로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까지 엮일 수 있습니다. 신호가 파란색이라는 사실만 보고 진입하면, 내 차가 옆 방향 차량의 흐름을 막는 순간 위험이 커집니다.
둘째, 정지선입니다. 빨간불에서 앞바퀴가 정지선을 넘으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횡단보도 바로 앞 정지선은 보행자 안전과 직결됩니다. 초보 운전자에게 저는 항상 “정지선은 바퀴가 아니라 앞범퍼 기준으로 여유 있게 멈춘다”고 가르칩니다. 실제 도로에서는 급정지보다 미리 감속이 훨씬 안전합니다.
셋째, 황색 신호입니다. 황색은 ‘빨리 지나가라’가 아닙니다.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직전에 안전하게 멈출 수 있으면 멈추라는 신호입니다. 이미 교차로에 너무 가까워 급제동이 더 위험한 경우에만 신속히 통과하는 식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 운전자는 언젠가 단속보다 사고를 먼저 만납니다.
넷째, 모범운전자나 현장 통제요원의 지시입니다.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경찰보조자의 교통정리 지시는 도로교통법 5조에서 말하는 지시 범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출퇴근길 학교 앞, 대형 행사장, 사고 처리 현장에서 이런 지시를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위반을 피하려면 운전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신호위반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교차로 30미터 전부터 판단을 끝내는 겁니다. 신호가 바뀔지 말지 맞히려고 하지 말고, 멈출 수 있는 속도인지 먼저 봐야 합니다. 특히 비 오는 날, 야간, 내리막에서는 같은 속도라도 제동거리가 길어집니다.
- 교차로 접근 전 속도를 먼저 낮춘다.
- 정지선, 횡단보도, 보행자 위치를 함께 본다.
- 경찰관·통제요원 지시가 있으면 신호등보다 먼저 확인한다.
- 앞차가 통과해도 내 차가 정지선 전에서 멈출 수 있으면 멈춘다.
- 내비게이션 경고음보다 실제 신호와 현장 상황을 우선한다.
실무에서 보면 운전자가 법을 몰라서 위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늘 이렇게 해도 괜찮았다”는 습관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 5조는 어려운 조항이 아닙니다. 다만 매일 만나는 신호등, 정지선, 수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조항입니다. 운전은 내가 빨리 가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약속입니다. 그 약속이 깨지는 순간 가장 먼저 다치는 사람은 대개 방어할 힘이 약한 보행자입니다.
